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매년 이맘 때 쯤이면..

흩날리는 꽃잎에도 마음이 싱숭생송하다.

행사도 많고 기념일도 많아 챙길게 많아서 일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아름다운 가정의 달에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게 걸려있는 날

그것도 한 가운데 걸려있는 날.

스승의 날이다.

스승도 가정이라는 테두리에 들어있는 것인가..

군사부일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또 그런듯 하기도 하고..

옛날 서당과 같은 교육 기관을 생각해보면 그런것 같기도 하고..

스승의 날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일이다.

특별반 담당 선생님이셨는데

엄하지만 철저한 성품에 독특한 성격이라 

가까이 친하게 지내는 학생이 많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단어를 50개씩 외우게 시켰고

못 외우면 틀린 갯수대로 무자비하게 몽둥이를..

난 뭐.. 그런건 상관 없고

그낭 그 선생님의 깨어있는 생각들이 좋았던 것 같다.

뚜렷한 역사의식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들이 좋았던 것 같다.

그 때도 컴퓨터를 좀 다뤄서

선생님이 하시는 일을 이것 저것 돕다보니

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5월의 어느날..

아마 스승의 날 즈음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나중에 선생님 찾아 올 것 같으세요 안 찾아 올것 같으세요?’

나도 참 뜬금없지..

선생님은 

‘너?’

..

‘안 찾아와~ 임마~’

씨익 웃으며 대답 하셨다.

한 반에 50명이 넘는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을 10년 정도 했을 때 담임교사로 만난 학생들만 줄잡아 수백명.

그 중에 졸업하고 다시 돌아와

‘선생님 뵙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그때 선생님이 너무 자신있게 말씀하신 것도

확률상 경험상 나도 다시 선생님을 찾아가지 않을 거라는거 맞다.

하지만, 그 때 선생님이 

‘꼭 한번 찾아와라 자슥아’

라고 말씀하셨다면.. 어땠을까..

어제는 스승의날 이라고 우리 팀원들이

케이크를 사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 해준게 있다고..

스승의 은혜 노래도 불러주고..

초에 불도 켜줬다.

내가 늘 꽂는 방법대로

초도 딱 2개만 꽂아놨다.

뭐 별로 특별한건 없다.

치킨에 콜라를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냥 이런게 좋다..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을 시작하면서

중학생인 아이들한테 이렇게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목사님 생신, 선생님 생일, 스승의 날은 기억해서 챙기라고

훈련이라고.. 나중에 너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거라고.

너희들이 섬긴 대로 섬김 받을 거라고..

이런 얘기는 어릴 때나 하는 거라

그 친구들 나이 먹어가면서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다..

벌써 20살이 넘어버린 친구들한테..

옆구리 찔러 대접 받고 싶은 맘도 아니고..

먹을만큼 먹은 나이에..

교회선생님이란게 참 애매하다

선생도 아니고 형,오빠도 아니고 선배도 아니고..

세상의 어떤 선생들 보다 더 많이 사랑과 물질을 쏟으며 인생을 가르쳐주는 선생일수도 있고..

선생이란 이름만 걸치고 웃기지도않은 선생일 수도 있고..

헌데 먼길 마다 않고 모여준 녀석들이 고맙기만 하다..

하나님께만 인정 받고 살면 된다고 하면서도

이런 자리에 가면 인생 헛 살고 있지는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인간인데…

누가복음에 예수님이 병을 고쳐준 이야기가 나온다.

고쳐달라고 애원하던 열 명의 병자들에게 ‘가서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고 오라’ 하신다.

병이 나았음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예수님께 

감사한 사람은 몇명인가?

사마리아 사람 1명 뿐이다.

확률로 10분의 1.

감사가 없는 시대를 산다고 한다.

2천년 전에도 지금도 ~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니 탓

학생들도 잘 한건 내 실력

못한건 선생님 탓 이라고 한다..

사는게 그렇지뭐..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쌤 나중에 뭐 해드릴게요’ 라고 말할 때 

‘됐어 임마’ 라고 하지 않는다.

태형이는 집 사주는데 18년 남았고

웅이는 BMW 사주는데 8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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