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혈을 지나..

보혈을 지나..

전주로 중계를 갔다..

성가합창제..

합창제 중계는 대충 비슷하다..

자주 다니다보니 부르는 노래도 많이 비슷하고,
요즘은 이런 노래가 유행이구나? 생각하고 듣는다.
특별히 잘하는 한두팀 나올 때면 오! 이거야!
그렇지 음악적으로 황홀하긴 하지 그럴땐.. 합창만 가질 수 있는 그 풍성함과 압도함..

그런데 오늘 정말 특별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글로 남길 만큼,

 

160924

 

지역에 한 교회의 어르신들이 나오신거다.

어르신 합창단이었다. 입장부터 남달랐다.

연세가 정말 꽤 많아보이시는 어르신들이 단정한 오렌지색 까운을 입고 등장하셨다.

느릿 느릿 천천히 올라오시고, 미리 준비하신 동작대로 1열로 줄을 맞추신 후
중간에 한분씩 빠져나와 대각선 줄을 맞추셨다.
열심히 하시는데 어딘가 삐뚤빼뚤한건 어쩔 수 없었다.

카메라로 촬영 준비를 하는데 두 손을 공손히 꼭 잡으신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휘자의 지휘가 시작 되었다.

첫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 노래는.. ‘보혈을 지나’ 였다..

 

보혈을 지나.. 하나님 품으로..

보혈을 지나.. 아버지 품으로..

 

일흔, 혹은 그 이상? 되어보이시는 이 어르신들이 부르시는 보혈을 지나..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

뭐지…

카메라에 잡힌 어르신들의 꼭 모으신 두 손,
그리고 진중한 얼굴에서 나오는 포근한 찬양..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운행하심 속에
눈물만 주르륵 흘렀다..
어떻게 촬영을 하는지 모르고 첫 곡이 다 지나갔다..
눈물을 감추려 커다란 ENG카메라에 꼭 붙어서 얼굴을 숨겼다..

존귀한 주 보혈이 내 영을 새롭게 하시네

존귀한 주 보혈이 내 영을 새롭게 하네

합창제에서 울어본 일이 없다.

왜 울어 합창제에서?

더 어마어마한 팀들 공연에 가서도 감동은 받지.. 왜 울어..

그런데 오늘 그렇게도 눈물이 났다.

LED에 보이는 중계화면을 보니 나 말고도 많은 여자 성도들이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그렇구나 이게 나만 느꼈던 마음이 아니구나..

그리고 지휘자.. 젊은 지휘자 였는데 그 어르신들을 모시는데 보통 꼼꼼한게 아니었다.
친절하고 싹싹하고.. 아 이러니 저런 팀을 지휘하지..

이 커다란 울림..

전혀 기대도 안했던 중계 가운데서의 감동..

그래서 잘쓰지도 않던 일기를 다 쓰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어르신들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품은 어떤 품일까..

 

2016. 9. 24.
아버지 품으로..

Similar Posts

  • 답답하다

    – 언제부터인가.. 선이 살아있고 열정이 가득했던 모습은 사라져가고 남아있는 시간을 채우려 급급한 모습이 가득하다.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터전이자 태반인데.. 야성은 사라지고 나태만 가득찬듯 느리고 둔해져 있는 모습들이 마음이 아프다. 한 공동체의 흥망성. 그리고 쇠…. 쇠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 이 거대한 집단이 어떤 모양으로 남은 4년의 시간을 가져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한다….

  • 뭐 이런걸 다..

    발렌타인데이라고 회사에서도 챙겨주시고 올해는 참 오랜만에 학생들이 쪼꼬렛을 챙겨줬다.. 어찌나 쑥스럽던지.. ‘뭐 이런걸 가지고 오니..’ 라고 입으로 아무리 말해도 기분 좋은걸 숨길 수도 없고.. 어떤 녀석은 손수 이렇게 만들어줬다 어머 대박 .. 감사함미.. (ू˃̣̣̣̣̣̣︿˂̣̣̣̣̣̣ ू) 140214 @ 혜빈아 아직도 기다린다

  • 네가 잠든 사이 ..

    피곤했다 포웨 엠티까지 한숨도 안쉬고 몇일간 달려와서.. 동민이가 자는 모습을 보고기절하듯 잠들었다 잠든 줄도 모르고 잠들었는데 한참을 자다 꾼 꿈… 번뜩 놀라서 발가락을 벽에 부딪쳤다.. 하필 엠티 가서 냇가에서 돌에 찌어서 부어있던 발 잠시 욱씬거리다 나아지려니 하고워낙 피곤하니 계속 자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참을 자보려다 도저히 안되어서 일어나 봤는데.. 발톱이 들려있었다. 발가락은 두배로 굵어져있고.. 피가.. 툭…..

  • 착한사람

    – 최근 관심 받고 있은 키워드 중 하나 ‘착한’ 착하다는건 무엇인가.. 착하게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 최근 유행하는 책들 중 착한 걸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 사람 컴플렉스’ 착하게 살지 마라 착하게 산다고 잘사는거 아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학교에서 맞지 마라. 맞고 오지…

  • 믿음 위에 서서

    – 세상은 참 재미있다. 누가 봐도 참 나쁜 사람인거 같은 그 놈은 완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어디서 나쁜소리 한번 욕 한마디 못하는 우리 엄마. 아직도 소녀같기만한 마음.. 누구한테 손해 한번 안끼치고 살아오셨는데.. 너무 착하게만 살아오신 천사같은 엄마한테는 왜 이런 아픔들이 찾아왔는지.. 속상한거 아픈거.. 너무 안으로 감추셔서 그런거겠지.. 내일.. 엄마가 또 한번 수술대에…

  • 슬프도다 슬프도다

    결국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탄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강행 됐다. 자칭 보수라 하시는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대거 참여 하셨다. 기독언론과 기독교인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권력에 빌붙어보겠다는거냐.’ ‘중세의 교회와 무엇이 다르냐’ 또 혹자는 ‘본디오 빌라도 추모 예배를 드린 격이라’며 분개 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 조차 ‘우상숭배 안한다며?’ 비웃는다. 하지만 결국 강행 됐다.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한…

Subscribe
Notify of
guest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