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상으로..
20대 초반
음향 엔지니어로 섬겼던 시절이 있다.
늘 찬양팀으로 섬기면서
믹서를 만지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예배에서 음향을 맡고 있는 나를 보았다.
청년부와 금요철야예배를 섬겼는데
음향, 조명, 파워포인트를 한꺼번에 할 때가 많았다.
콘서트홀에서 자막 스타일을 제일 처음 잡은것도
조명으로 효과를 주는 것도
10년 전에 내가 제일 처음 시작했었다.
그땐 소예배실에서 금요철야예배가 있었는데
엔지니어와 자막을 담당했었다.
박민수 목사님이 ‘동재가 엔지니어로 있으면 든든해’ 라고
칭찬해주던 때가 엇그제 같다.
청년2부 예배가 본당에서 소예배실로 옮겨지면서
음향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게 됐다.
교회에서 할 일이 아닌가..했지만
동민이는 뛰어들어
내 일처럼 하기 시작했다.
동생은 참 열심히도 도왔다.
제일 먼저 견적을 내고,
가장 작은 돈으로
가장 좋은 성능으로 낼 수 있는
장비들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새로 세팅한 장비들이 교회에 도착했을때
가장 먼저 교회에 가서
들어온 물건들을 체크하고 혼자 뿌듯해 하던 녀석.
이 녀석은 늘 이런식이다.
하나님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이렇게 하나님 주신 일에
내 일처럼 아낌없이 자신을 드려서일까..
좋은 교회에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됐다.
주일 아침.
눈을 떠보니 책상 위에 놓여있는 열쇠.
청년2부 시스템이 들어있는 캐비넷을 열 수 있는 키였다.
알겠다 이놈아..
안그래도 김창대 목사님께서 부탁 하셨다..
갈때까지 그렇게 챙기냐..
중등부 예배가 끝나고
소예배실로 향했다.
가고 싶지 않았던 그 곳..
점심도 먹지 못하고 세팅을 시작했다.
철민이는 ‘형 나중에 믹서만 봐주면 돼요’
자신있게 말했지만
이 팀원들 마이크만 간신히 설치했지..
건반 DI박스는 input output 바뀌어있지..
모니터라인까지 거꾸로 꽂아있지..
하나도 제대로 되어있는게 없었다.
거기에 CTS회장님이 교회 오셨다고
세팅하다 말고 접견실에 불려가
담임목사님과 회장님까지 함께하신 자리에서 식사..
급하게 먹고 예배 때문에 먼저 나왔다.
부랴부랴 세팅을 다 마치고 나니 찬양 10분전.
그제야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믹서를 살펴봤다.
마이크 5개, 건반 2대, 모니터 4대
소소한 세팅이지만,
그 안에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낼 수 있다.
억스로 묶어도 되고 그루핑을 해도 되고
이펙트도 2개로 나뉘어져있어 이펙트 주는 그룹을 나눌 수도 있고..
이 작은 기계 안에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믹서라는 기계는 너무 매력적이다.
동생이 믹싱 해놓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 이녀석 여기선 이렇게 했구만
여기선 이렇게 했구만..
짜식 ~ 이런 아이디어는 괜찮네..
그 흔적들을 찾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배가 끝나고 시스템을 정리해
캐비넷에 넣어놓고 열쇠를 잠그니
3시 25분.
영어예배에 갔다..
팀원들은 있지만 혼자 있는 기분..
찬양이 끝나고 예배를 드린 후
홀로 그곳을 나와 방송실로 갔다..
문득 동민이 생각이 났다.
아.. 이 녀석..
참 외로웠겠구나..
중등부 청년2부 영어예배 저녁예배..
사역을 4개나 하면서
묵묵히 자기 맡은 자리를 성실히 지키던 녀석..
군소리 하나 없이
그 많은 시스템들을 옮기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점심 저녁도 제대로 안 먹고
영어예배에 저녁예배까지..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았겠구나..
그랬겠구나..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니
더 멋지게 날아오르렴..
120617 @ 네가 서 있던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