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아저씨

얼마전 일이다.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일을 가끔 돕곤 하는데
앨범에 꼭 필요한 사진 중 하나가 6학년 아이들의 반별 단체사진이다.
이 단체사진은 보통, 6학년 마지막 여행 때 찍게 된다.
그래서 이런 여행 때는 꼭 사진사가 따라간다.

그날도 나는 어느 6학년 아이들의 추억을 담기위해 서울로 나섰다.

하루 온종일을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친해지면 긴 여정이 덜 지루하고,
워낙 아이들과 있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곧 잘 아이들과 말문을 트고 이야기 하고는 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대각선으로 내 뒤쪽에 앉은 여자아이 네명과
소소한 대화가 시작 되었다.

바로 옆자리도 아니고
조금 떨어진 자리라서 이따금 이루어지는 대화 이었기에
혼자의 시간도 적절히 누릴 수 있었다.

작은 대화들이 끝나고
버스에서 틀어주는 뮤직비디오를 너무나 열심히 바라보는 내게
뜻 밖의 행복이 찾아왔다.

바로 그 아이들이 내게 작은 간식들을 주기 시작했다.
엄마손파이 한 봉, 빼빼로 한줄, 한 손에 담길 과자 몇조각.

그런데 이것들을 주면서 꼭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이따 휴게소에서 맛있는거 사주세요!’

처음보는 내게 작은 친절을 베풀며 마음을 열어준
(휴게소에서 사달라는 이야기를, 한번도 빼놓지 않고 강조해 이야기 한) 아이들에게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 대답했다.

내가 (본인의 능력보다 더 큰 능력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원동력이었다. 

천안휴게소에 내렸다.

아까 그 네 아이들은 내 팔을 꽉 잡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룰루랄라, 미소가 가득했다.

이 친구들, 생각보다 예의바른 학생들이었다.
나를 생각해준다고
맨토스, 참깨스틱, 이프로
이런 사소한 것들을 집어 들었다.

전혀 모르던 남에게 갑자기 무언가를 요구하기에는 본인들도 멋적었던가보다.

그럼그렇지.

나는 이 친구들의 착한 심성에 소세지 2줄을 얹어주면서 인심을 후하게 썼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서울에 도착했고,
바쁜 일정 속에 지쳐갔다.

마지막 일정은
63빌딩.
아쿠아리움을 다 돌고 마지막으로 63빌딩 꼭대기, 스카이 전시관을 관람하는 길이었다.

마지막 코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 전날까지 2시간씩 자면서 밤을 새워 영상을 만들고
새벽같이 일어나 나간 출장이었다.

63빌딩 꼭대기에는 카페가 있었다.
음료, 식사,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 구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구슬 아이스크림.

알알이 퍼져오는 매력적인 그 차가움.
하지만,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우리 버스의 그 아이들이 날 찾아왔다.

너무나 반갑게 아저씨를 외쳐댔다. 괘씸한..
내가 어딜 봐서 아저씨인가.

그 아이들이 또 내 양팔을 붙잡고 날 구슬 아이스크림 코너로 몰아갔다.

‘아저씨 , 구슬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세요’

내가 살살 끌려가자 아이들이 서로에게 이야기 했다.

‘야, 이 아저씨 진짜 착해’
‘완전 착하지않냐?’
‘짱이야’

이러면서 날 질질 끌고 갔다.

순간, 무슨 마음에서 였을까.
‘얘들아, 미안한데, 저거 먹지 말자.’

별로 먹고 싶지도 않았고, 애들한테 사주고 싶지도 않았다.

아저씨 한번만 먹자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에게 
멋적게 슬쩍 돌아나오려는데

그 순간 , 한 아이가 나지막한 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쁜아저씨’

그러자 동시다발적으로 그 아이들이 검지 손가락을 펴 내쪽을 향하면서
이야기 했다.

‘나쁜 아저씨’
‘나쁜 아저씨’
‘이천원밖에 안하는데’

순간 멍해질수밖에 없었다.

‘이놈들아, 이천원밖에 안하면 너희돈으로 사먹지!’
‘어떻게 10초만에 나쁜 사람을 만드냐! 이녀석들 웃기네?’
‘아까 내가 휴게소에서 사준건 뭔데?’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거든!’
‘니들한테 2천원 안썼다고 나쁜 아저씨냐’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맴돌 뿐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예수님.
그분 마음이 이랬을까..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무한한 사랑을 주셨지만,

내가 바라던 것들을 이루어주시면
주님 감사해요, 고마워요. 주님 뿐이네요.

고백하다가도,

작은 일이라도
내 생각과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고
원망하고, 낙심하며 외면하는 나의 모습.

작은 과자조각을 내밀었던 손처럼,

나의 열정, 나의 열심, 나의 예배, 나의 헌신이
그 분이 날 사랑하신 사랑의 이유라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100가지 감사의 제목을 주셨지만,
1가지 나의 불만으로
모든 감사를 잊고 사는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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