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의 아이폰 사태(^^)에 즈음한 위피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법

오늘 전자신문에 ‘위피 폐지, 신중한 접근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종이 신문에도 실렸는지 인터넷 신문에만 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의 회장을 맡고 계시고, 대표적인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이노에이스의 김종식 사장님이 ‘ET 단상’이라는 코너에 직접 기고하신 글이었습니다.
이노에이스의 홈페이지를 가보니 회사 로고에 SK inoace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SKT의 계열사인가 봅니다.

기사를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종식 회장님의 말씀은

– 이제 스마트폰의 시대를 맞아서 플랫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위피가 그동안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 국내 2, 3위의 단말기 회사를 가진 천혜의 우리 나라 상황에서 위피가 발전해야 한다.
– 위피 폐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글을 보고 저도 생각을 좀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사의 댓글에 500자만 적게 되어 있어서 제 글의 앞 부분을 달고 링크를 이 쪽으로 걸었습니다. 이어서 보시기 바랍니다. ^_^

김종식 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위피는 마땅한 표준 플랫폼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져서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통신사별 이해와 다양한 업체들의 솔루션으로 GVM, SK-VM, Brew, Java Station 등 여러가지 플랫폼이 난무했고, 그나마 같은 플랫폼도 단말기마다 호환이 되지 않아서 정말 대책이 안서던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도 메신저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수십개의 핸드폰을 사야하나 고민을 하고 몇 기종에 대한 개발을 하다가 추가적인 기종 확장을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위피는 쓸만한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난점들을 해결해서 컨텐츠 개발하는 회사들에게 믿을만한 기반이 되어 주었고, 외산 플랫폼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에 위피를 표준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거나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고 ‘결사반대’의 입장을 견지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위피의 무용론을 제기하고, 어떤 분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위피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니 위피를 빼고 통화만 잘되는 단말기를 내자는 주장을 하시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추가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고 그래도 최소한 위피와 같은 플랫폼이 하나라도 단말기에 들어가 있어야 최소한의 데이터서비스나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고, 이통사들 입장에서도 향후 발전을 생각해서라도 위피를 빼지 않고 계속 표준의 위치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아이폰과 심비안 등의 국내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위피의 폐지가 아닙니다. 위피 도입 초기에는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꽤 지나고 4000만대 이상의 위피 단말기가 보급된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위피의 유일무이한 독점적 표준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위피의 독점 표준은 애초에 정해질 때에 일몰법적 성격을 뒀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위피와 관련된 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함께 잉태 됐을지도 모릅니다. 보장받은 권리가 흔히 말하는 철밥통이 되서 관련된 분들을 태만하게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아이폰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도 위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거슬러가 보면 통신사 간의 이해가 얽혀서 추가 사양의 표준화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위피는 명확한 주체가 없어서 발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생각이 다른 여러 업종의 업계가 공동으로 정한 표준이다보니 발전에 대한 책임과 위기 의식을 가진 ‘주인’은 없이 희생은 싫고 이익만 원하는 ‘객’이 더 많았을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솔루션 용역과 컨텐츠 매출의 배분이라는 모든 이득이 이통사에게서 나오는 기형적인 구조이다보니 이통사의 이해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나 비전이 없이 단지 위피를 도구이고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이통사들의 사고의 한계는 지금의 상황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이폰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런 징후는 많았습니다. 한 때 모바일 플랫폼의 최강자였던 GVM을 만들어서 SKT에 공급했던 신지소프트는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겠고, KUN Browser, 팝업 서비스를 등을 만들었던 훌륭한 회사였던 지오텔은 네비게이션 업체와 합병되면서 우회상장에 동원되고 나서 요즘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장님과 제가 알던 개발 이사가 회사를 떠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모바일 컨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던 업체들 중 많은 수가 돈 안되는 모바일 게임 대신 그나마 돈 될 가능성이 있는 MMORPG 네트웍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수많은 모바일 컨텐츠 회사들이 흔히 말하는 ‘자뻑’에 많은 돈을 쓰고 거액의 전화요금을 물거나 연체하는 현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또한 이통사의 담당 대리나 과장님의 손짓 하나에 CP 업체의 운명이 바뀌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단지 옛날 이야기일까요? CP 회사의 임원이 이통사 사무실 근처에 오피스텔 얻어놓고 이통사 분들이 부르면 달려가서 숙제 대신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몇 년전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런 일이 전혀 없기를 기대해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꼭 제 기대대로 되는 것만은 아닐 거라는 우려가 듭니다.

저는 이런 상황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어지간하게 비위가 좋지 않고는 이통사와 뭔가 사업을 해보거나 이통사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고 그래서 그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된게 아니냐고 항변하고도 싶었지만 원래 그쪽은 그렇고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니 돈을 못벌지’라는 핀잔을 듣기 싫어서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통신사업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고 저 같은 사람들도 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변화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애플이라는 외국 회사가 만들어 놓은 상황에 얹혀가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둠이 포괄하지 못한’게 나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위로를 삼고 그와 함께 새로운 의욕이 생겨납니다.

김종식 회장님, 위피는 폐지되서는 안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나라에 나오는 대부분의 핸드폰에 기본 탑재되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개발자들이 아이폰이나 심비안의 플랫폼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게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혹시 이통사들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솔루션 업체들이 해당 사업을 떼어내 합치는 방법으로 주식회사 위피를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보십시오. 힘을 모으고 외국의 플랫폼들을 겁내거나 피하지 말고, 당장 들어와서 과연 누가 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플랫폼인지 당당하게 겨루십시오.
당장은 기술적 격차가 클지 모릅니다. 하지만 승패는 단순히 기술로만 판가름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산 플랫폼이 뛰어나다고 해도 우리 나라에서 그들에게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이폰이 아무리 좋아도 4000만대의 40분의 1인 100만대가 팔리려면 최소한 내년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심비안도 더할  겁니다. 아이폰도 10만대만 팔리면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노출되서 주춤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세계적인 플랫폼과 경쟁해서 우리 나라 사람에게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그런 훌륭한 플랫폼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동시에 위피의 세계화에도 힘을 쏟아 주십시오. 우리 나라 핸드볼이 세계 정상의 실력을 갖춘 것도 참고하시고, 해외 용병을 받아들이고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나라 야구가 이번 올림픽에서 우승을 한 것도 본받아 주십시오. 외국의 플랫폼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켜서 대한민국 땅에서 영어로 말하는 외국인을 한 명도 보지 못하는 상황과 사고방식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영어를 잘하고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아이폰용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서 저처럼 100만원 가까운 돈을 주고 어렵게 이베이에서 제품을 구해서 써보면서, 전화가 되지도 않아 전화로 통화하는 상황을 머리 속으로 상상해 가면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는 그들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위피 문제에 관해서 제가 하고싶은 주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종식 회장님의 인터뷰 기사에 대한 댓글이었지만 방통위의 전문 위원님들도 보시기를 기대하면서 정리합니다.

1.

지금 당장 iPhone OS, Symbian, Android, Windows Mobile, Palm OS, Linux 가 탑재된 화면 크기 3인치 이상의 폰에 대해서는 위피탑재를 면제해 주십시오. 필요한 플랫폼이 있다면 추가하면 됩니다. 외국 업체들이 환영할 겁니다. 다시는 통상 압력 이야기를 하지도 않을 거구요.

그리고 대신 국내 컨텐츠 업계를 보호, 육성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WIPI 컨텐츠를 쓸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가(외국의 단말기 업체가 아니고 ^^) 6개월 이내에 해당 플랫폼에 대한 WIPI 에뮬레이터를 제공하도록 해주십시오. 컨텐츠 업체들은 안도할 것이고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 솔루션 업체들도 환영할 겁니다.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용자이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하시는 소비자 단체들은 당연히 좋아할 거구요.

단말기 업체들은 특별한 부담 없이 전개되는 상황을 여유를 가지고 보면서 향후 전략에 대해서 고민만 하면 될 겁니다. 당연히 WIPI 단말기는 그대로 공급하면 되고요.

2.

위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일반적인 폰에 대해서는 WIPI 탑재 의무는 지금 그대로 유지해주십시오.

대신 통신사에게 올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10~15%씩 늘려나는 비율의 단말기에 대해서는 WIPI 탑재 의무를 면제해 주십시오. 일단은 위의 단말기들이 그 할당량을 차지하겠지만 내년 이후에는 WIPI를 탑재하지 않은 저가형 단말기들이 그 자리의 차지할 겁니다. 국내 업체들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위피 플랫폼을 만드시는 분들은 2~3년의 시간동안 애정어린 사용자들의 아이디어와 격려와 질책을 받으면서 뼈를 깍는 노력을 통해서 위피를 세계적인 플랫폼의 하나로 만드실 겁니다.

* 너무 중요한 내용이라 퍼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읽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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